땅에서 From Earth, 2019-2024
<흐르는 땅>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존재의 위치 변화, 즉 전환의 상태를 재현 매체를 통해 사유하는 작업이다. '땅과 이미지'라는 삶의 지지체의 변화를 축으로, 시대와 매체라는 두 개의 구조가 어떠한 전환적 징후를 품고 있는지를 동시적으로 탐색한다. 한편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은 단순한 기록적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또 다른 차원으로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현 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살아가는 땅을 재정의하는 과정이며, 이는 곧 거주지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는 '사이의 시대'에 시대적 전환과 매체적 전환, 두 가지 전환을 병치시키고, '터의 이동과 전환'이라는 주제를 전개시킨다. 이 과정에서 육체 노동의 종말과 터의 소멸, 사진 존재론의 변화, 기계적 시각성, 데이터로서의 실존,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정착지로의 이주를 탐구하며 전환의 서사를 그려나가고 있다. 프로젝트는 총 5부작으로 기획되어 있지만 각 시리즈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5부작이 진행되는 동안 판화, 사진, 레조그래피(Lazography)1, 포토그래매트리, AI 이미지에 이르는 다양한 재현 기술이 실험적인 방법으로 전개된다. 이 일련의 흐름은 매체에 따라 전환되는 존재의 이주 경로를 따라가는 하나의 커다란 서사를 형성한다. 프로젝트는 이동과 전환에서 파생된 사라짐의 정서를 바탕으로 농경지를 아카이빙한 사진 작업 <땅에서>로 시작된다. 2부 <흐르는 땅>에서는 허구적 고고학 서사를 통해 농부가 소멸된 미래를 가정하고, 부재를 통해 존재를 돌아보는 가상의 발굴을 시도한다. 이때 발굴은 고고학적 행위뿐 아니라, 사진의 존재론적 변화를 시각화하기 위한 은유적 구조로 역할한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점차 사진을 벗어나는 매체적 양상을 보여주며 주제적 전환과 매체적 전환, 두 가지 전환을 병치시킨다. <땅에서 구름으로> 에서는 사진과 레조그래피의 합성, 그리고 전사(transfer) 방법을 이용하여 ‘이주와 전환’ 그 자체를 시각화하며 기술의 진보가 야기한 새로운 시각성에 대해 묻는다. <구름으로>에서는 1차 산업을 중심으로 생명이 데이터로 치환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물리적 대상과 수치 사이에 위치한 ‘실존감각’에 주목하고, <구름에서>에서는 레조그래피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며 디지털 정착지로 이주한 풍경을 상상하고, 중첩을 중심으로 전환에 대한 확장적 사유를 제시한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그로 인한 전환의 무감각화(상실의 감각을 상실한 시대)라는 문화적 배경을 교차시키며, 전환을 미학적 구조를 재해석해보려는 시도다. 이는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며, 결국 어디에 정착(定着)하여 살아가게 되고, 그로 인해 무엇이 삭제되거나 덧입혀지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 연구는 기술 발전의 가속화 속에서도 정지 이미지인 사진이 전환 그 자체를 재구성하는 매타적 매체로서 작동할 수 있음을 드러내보고자 한다. 한편 레조그래피는 내가 발한 빛과 피사체가 반사한 빛의 합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이며, 이 촉각적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모두 발화자가 된다. 접촉의 흔적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탈원근법적 시각의 이미지로서 레조그래피가 사진적 확장을 암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나는 촉각의 시각화라는 맥락 안에서 레조그래피와 ‘촉각사진술'을 실험하며 대상을 현실과 재매개시키고, 동시대 이미지 환경 속에서 비인간적 시각을 사유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촉각적 시선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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